돈이 뭐길래!

효자제일교회 전도사:홍 순관

수일 후에 벨릭스가 그 아내 유대 여자 드루실라와 함께 와서 바울을 불러 그리스도 예수 믿는 도를 듣거늘 바울이 의와 절제와 장차 오는 심판을 강론하니 벨릭스가 두려워하여 대답하되 시방은 가라 내가 틈이 있으면 너를 부르리라 하고 동시에 또 바울에게서 돈을 받을까 바라는 고로 더 자주 불러 같이 이야기하더라 이태를 지내서 보르기오 베스도가 벨릭스의 소임을 대신하니 벨릭스가 유대인의 마음을 얻고자 하여 바울을 구류하여 두니라 [개역, 사도행전 24:24~27]

본문을 보시면 좀 이상한 말이 있습니다. 평생 집도, 가족도 없이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떠돌다가 유대인의 모함을 받아 감옥에 갇힌 바울에게 벨릭스 총독이 ‘돈을 받을까 바라는 고로’ 바울을 불러 더 자주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돈을 밝혀도 그렇지 돈이 나올만한 건더기라도 있는 사람에게 바라야지, 어떻게 바울에게 돈을 바란단 말입니까? 명색이 총독인데 그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는 걸까요? 아니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우리가 보기에는 벨릭스가 어리석어 보이지만 벨릭스의 입장에서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 그러는 것 아닐까요?

바울은 수년씩 걸리는 전도 여행을 세 번이나 다녔습니다. 복음을 위하여 말로 다 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전도여행을 끝내면서 바울의 간절한 소망은 로마로 갔다가 서바나(스페인)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그곳이 세상의 끝이었고,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이루고 싶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 번째 전도여행은 고린도 지역에서 마쳤습니다. 고린도는 위치가 예루살렘보다는 로마에 훨씬 가깝습니다. 바다 하나만 건너면 로마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소망대로 거기서 바로 로마로 가면 될 터인데 로마와 반대쪽에, 그것도 멀리 떨어져 있는 예루살렘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 돌아옵니다.

곳곳에 목숨을 노리는 자들이 숨어 있을 뿐만 아니라 선지자들도 예루살렘으로 가면 체포될 것이라고 예언하였고 많은 사람이 예루살렘으로 가지 말라고 말렸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결연한 자세로 돌아옵니다.

보라 이제 나는 심령에 매임을 받아 예루살렘으로 가는데 저기서 무슨 일을 만날는지 알지 못하노라 오직 성령이 각 성에서 내게 증거하여 결박과 환난이 나를 기다린다 하시나 나의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 증거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사도행전 20:22-24)

자신의 소망인 로마가 바로 지척인데도 꿈을 접은 채 머나먼 길을 돌아옵니다. 와야 할 이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일을 마치고 결국은 예루살렘에서 체포되어 2년간 억울하게 투옥되었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공정한 재판은 이루어지지 않고 돈이나 바라는 총독에게 견디다 못해 로마 황제에게 상소하여 재판을 받기 위해서 죄수의 몸으로 로마에 가게 됩니다.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그토록 로마에 가고 싶었는데 초라한 죄수의 몸으로 가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자가 으리으리하고 장엄한 모습으로 입성하지 않고 오기나 했는지 알 수도 없는 이런 모습으로 로마에 들어온 것입니다.

참으로 하나님의 섭리는 오묘합니다. 이때 바울을 싣고 간 그 배를 가리켜 토인비는 ‘바울을 싣고 간 것이 아니라 유럽을 싣고 갔다.’고 말했습니다. 보잘 것 없는 죄수였지만 그 죄수가 전한 복음이 유럽 전체를 살려 놓았다는 말입니다. 과연 그러한지 역사 공부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동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어쨌거나 그것은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보다 훨씬 뒤의 일입니다. 벨릭스가 왜 바울에게 돈을 바랐는지, 바울이 왜 가까운 로마에 가기를 그렇게 소원하면서도 많은 사람과 함께 굳이 위험한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는지 무언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무슨 일이 있었겠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바울이 예루살렘에서 체포되기 전의 마지막 전도여행의 특징은 헌금을 많이 모았다는 것입니다. 로마서 15:26절 ‘이는 마게도냐와 아가야 사람들이 예루살렘 성도 중 가난한 자들을 위하여 기쁘게 얼마를 동정하였음이라’, 고린도전서 16:1-4절, ‘성도를 위하는 연보에 대하여는 내가 갈라디아 교회들에게 명한 것같이 너희도 그렇게 하라. 매주일 첫날에 너희 각 사람이 이를 얻은 대로 저축하여 두어서 내가 갈 때에 연보를 하지 않게 하라. 내가 이를 때에 너희의 인정한 사람에게 편지를 주어 너희의 은혜를 예루살렘으로 가지고 가게 하리니 만일 나도 가는 것이 합당하면 저희가 나와 함께 가리라’ 그 외에도 헌금을 강조한 구절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고후 8:1-3, 고후 8:9-11, 고후9:1-2 등입니다.

바울이 왜 연보를 그렇게 강조했을까요? 흉년과 박해로 고난을 당하는 예루살렘 성도를 섬기기 위함이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본을 따라 가난한 형제를 돌아보려는 것입니다. 심지어 ‘만일 이방인들이 그들의 신령한 것을 나눠 가졌으면 육신의 것으로 그들을 섬기는 것이 마땅하니라(로마서 15:27)’ 이방인들이 유대인에게서 영적인 것을 얻었으니 재물로 그들을 섬기는 것이 마땅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바울은 이렇게까지 말하면서 헌금을 많이 하도록 독려했습니다. 이렇게 모은 막대한 헌금을 각 교회의 대표성을 지닌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지참케 하여 함께 예루살렘으로 귀환하였습니다.

예루살렘 귀환 때 동행한 사람들의 명단이 사도행전 20:4에 있습니다. ‘아시아까지 함께 가는 자는 베뢰아 사람 부로의 아들 소바더와 데살로니가 사람 아리스다고와 세군도와 더베 사람 가이오와 및 디모데와 아시아 사람 두기고와 드로비모라’ 몇 명인가 헤아려 보십시오. 지명, 아버지 이름, 본인 이름이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어서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정확하게 7명입니다. 이 일곱 명은 어떤 사람이라고요? 이방인 교회의 대표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굳이 그 사람들과 함께 예루살렘으로 온 이유를 고린도후서에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고린도후서 8장 19절부터 입니다. ‘이뿐 아니라 저는 동일한 주의 영광과 우리의 원을 나타내기 위하여 여러 교회에 택함을 입어 우리의 맡은 은혜의 일로 우리와 동행하는 자라’ 여기에 ‘우리의 맡은 은혜의 일’이란 헌금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헌금 일로 인해서 우리와 동행하는 자라 이것을 조심함은 우리가 맡은 이 거액의 연보로 인하여 아무도 우리를 훼방하려 하지 못하게 하려 함이니 이는 우리가 주 앞에서만 아니라 사람 앞에서도 선한 일에 조심하려 함이라’

사도 바울의 이런 말씀을 들으면 참으로 감동이 되곤 합니다. 하나님 앞에서만 선할 뿐 아니라 사람 앞에서도 선한 일에 조심을 합니다. 선한 일일수록 더욱 조심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교회 일을 하되 ‘자 좋은 일이니까 하자’ 해서 하는 건 좋은데 그렇게 함으로써 ‘이 일로 인해서 마음의 고통이나 외로움이나 서러움을 겪는 사람이 없을까?’ 그것도 생각을 하셔야 합니다.

헌금 많이 하는 것 좋죠. 그런데 내가 많이 함으로 실망하는 사람이 없을까 하는 것도 생각해야 되죠. 선한 일일수록 더욱 조심스럽게 해서 훼방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선한 일에 더욱 조심한다는 말을 기억하면 비록 헌금 뿐만 아니라 아무리 좋은 교회 행사라도 마구 밀어부치는 것은 곤란합니다. 열심히 섬긴다고 해서 무조건 은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그 열심이 옆에 있는 형제를 낙심케하는 경우도 있다는 생각을 하셔야 합니다.

우리는 주로 어디에만 조심을 하죠? 나쁜 짓을 안 하도록 조심을 많이 하죠. 이건 기본입니다. 우리가 선한 일을 행하면서도 조심을 해야 된다는 사실을 꼭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면서 요란스럽게 사진도 찍고 박수도 치는 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받는 학생이 몹시 부담스럽거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조용하게 몰래 전하는 것이 본인에게는 더 고마울지도 모릅니다. 가난한 형제를 구제하는 일도 남에게 알리지 않고 비밀스럽게, 다시 말해서 선한 일일수록 조심스럽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갔을까요? 이 거액을 사도 바울이 혼자서 가져가면 얼마나 자랑스러울까요? ‘봐라. 나의 선교의 열매가 이것이다.’ 이 거액을 가져가서 예루살렘 교회에 가서 풀면 얼마나 돋보일까요? 그러나 바울은 헌금을 자신의 손으로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각 교회에서 거둔 헌금을 그 교회의 지도자가 가져 가도록 한 것입니다. 바울은 그냥 이들을 인도할 뿐입니다. 왜요? 선한 일에 조심해서? 그런 점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다른 목적이 있었습니다. 이방인 교회의 지도자들을 이렇게 데려가서 예루살렘에 있는 지도자들과 교제를 나누기 위함입니다. 이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유대인들이 어떤 사람들입니까? 중국 사람들이 자기들만 문화인이고 동쪽에 있는 놈은 동쪽 오랑캐, 서쪽에 있는 놈은 서쪽 오랑캐, 그래서 우리나라를 보고 동이(東夷)라고 불렀습니다. 동쪽 오랑캐란 뜻입니다. 그러니까 자기네 주변에 있는 사람은 전부 오랑캐입니다. 유대인들은 더 심합니다. 이방인의 집에는 들어가지도 않고 상종하지도 않았습니다. 유대인들은 자신들은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민족이고 다른 민족은 하나님의 선택을 받지 않았기에 사람으로 취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방인과 접촉하거나 이방인 지역을 다녀오면 정결례를 행해야 했습니다. 이런 유대인들이 생활이 어렵고 굶주린다고 해서 저 인간 같지도 않은 이방인들에게 헌금을 받아요? 그들의 도움을 받아요? 죽으면 죽었지, 안 먹고 말지 받을 사람들이 아닙니다.

만약에 이 헌금을 받아들인다면 저 이방인들을 자신들과 같은 인간으로 대접하는 꼴이 됩니다. 예전의 유대인들 같으면 어림도 없지요. 그런데 사도 바울이 이방 세계에 복음을 전하고 그 열매를 가지고 돌아가는데 유대인들이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것은 예루살렘 교회와 이방인 교회가 하나가 되는 걸 의미합니다. 유대인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돈을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을 사람을 받는 것이고 교회가 하나되는 중차대한 일이었습니다. 바로 그 일을 위해서, 이방인 교회와 예루살렘 교회가 하나가 되어야 된다는 소중한 사명을 위해서 이방인 교회 지도자들을 다 데리고 가는 겁니다. 사도 바울에게는 이것이 더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로마로 가려는 간절한 소망조차 접어두고 머나먼 길을 돌아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던 것입니다.

교회의 모든 성도는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빈부귀천, 남녀노소 구별없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이게 누구의 소원입니까? 하나님의 소원입니다.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것, 교회가 하나 되는 것입니다. 그 교회는 우리 교회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교회, 같은 신앙을 고백하는 모든 교회는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기도하실 때 ‘하나님 아버지와 내가 하나인 것처럼 저들도 하나가 되게 하시고...’ 하셨습니다.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과 우리가 최종적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고 바라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이방인 교회와 예루살렘 교회가 하나가 되는 일에 온갖 심혈을 다 기울였습니다.

단순하게 돈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자신은 로마를 얼마나 가고 싶어했는지 모릅니다. 고린도에서 바로 로마로 가는 게 훨씬 수월합니다. 만약에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면 다시는 갈 수 없을지도 모르고 시간과 노력도 몇 곱절 더 들어감에도 이 일을 위해서, 자기의 소원을 다 접어두고 어렵고 힘든 길을 택해서 예루살렘으로 돌아오는 겁니다. 무얼 위해서 이렇게 고난을 자초합니까? 교회가 하나됨을 바라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하나 되기를 바래서 희생을 각오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옵니다. 우리도 교회가 하나 되기 위해서 무얼 해야 될 것인가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참고 참아도 싸우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으면 회사에서는 싸우십시오. 책상을 뒤집어 엎든지 코피가 터지든지 알아서 하십시오. 그러나 교회서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교회가 하나됨이 하나님의 간절한 소원이라는 것을 안다면 회사 가서 뒤집어 엎는 일이 있더라도 교회 와서는 그럴 수 없습니다. 사회생활 하다 보면 싸울 일이 생깁니다. 인간같지 않은 인간을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됩니다. 그래도 피할 수 있다면 싸움을 피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싸워서 이겨도 결코 속시원하지는 않습니다. 정 안되면 한판 하십시오. 그러나 교회에서는 참으셔야 합니다. 함께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을 형제라면 참으시기 바랍니다.

저도 성미가 그리 좋은 편은 못됩니다. 그 성미 가지고도 교회 안에서는 어느 누구와도 싸우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싫은 소리 한 마디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싸우러 갔다가 주로 이런 소리 잘 하죠. ‘아이고, 한 살이라도 더 먹은 내가 참아야지.’ 그냥 돌아옵니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따지러 가서는 ‘나이 많은 사람에게 내가 이긴들 무슨 소용이겠냐?’ 놀다 오는 거죠. 싸우러 갔다가 놀다 온 적이 더러 있습니다. 사실은 싸우러 갔었습니다. 그러나 놀다 오고 말아야죠. 싸움은 안된다, 몸을 가르는 일은 안된다고 예수님께서 친히 말씀하십니다.

부부 사이에서도 그러면 안된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이유는 서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은 바울의 표현을 빌리면 교회를 허무는 일입니다. 부부간에 싸우지 마십시오. 싸울 일이 태산인데 어떻게 안 싸우냐구요? 사랑하기를 연습해야 합니다. 사랑은 그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연습하고 숙련해야 습득 가능한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연애시절의 사랑은 아무리 불꽃같이 타올라도 그것은 불쏘시개일 뿐입니다. 진짜 사랑은 거기서 시작해서 연습하고 훈련하면서 기술을 익혀야 습득이 가능한 것입니다.

부부 간에 간격을 만드는 것은 교회를 허무는 일입니다. 부부 사이에, 성도 사이에, 우리 교회 뿐만 아니라 같은 신앙을 고백하는 모든 성도들은 내 눈에야 보기 싫든지 어떻든지 관계 없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성도라는 것 하나만으로 모두가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사도 바울은 헌금을 전하는 일보다 이방인 교회와 유대인 교회가 하나되기를 원하여 힘들고 어려운 길을 선택하였습니다.

바울이 어렵던 시절에 거액을 가지고 들어왔으니까 아무리 교회 내부 행사라고 하더라도 소문이 안 날 리가 없죠. 소문은 항상 조금씩 굴절되거나 과장되게 마련입니다. 구체적인 내막은 잘 모르면서 그저 바울이 어마어마한 돈을 가지고 왔더라는 소문이 났겠죠. 그래서 벨릭스가 돈 욕심을 내는 겁니다. 돈을 좀 우려내려고 해도 상대를 잘 골라야 하는데 잘못 짚었어요. 결국 돈은 한 푼도 안 나오고 벨릭스가 먼저 총독의 자리를 내놓고 떠났습니다. 떠날 때 아마 속으로 욕을 되게 했을 겁니다. “돈은 많다고 하던데 이 놈의 자식 한 푼도 안 내놓고...”

바울이 로마에 가기를 그렇게 바랬는데 거기서 2년 동안 감옥에 갇혀 지냅니다. 복음을 위해서 야생마처럼 뛰어 다니던 바울이 2년이나 갇혀 있었으니 그 마음이 어떠했을까요? 본인은 몹시 답답했을지 모르지만 어쩌면 하나님께서 바울에게 주신 휴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도여행을 3차례나 하면서 얼마나 험난한 세월을 보냈는지 모릅니다. 전도를 열심히 했는데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겪었는지 모릅니다.

모르긴 몰라도 옆에서 좀 쉬어야 한다고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고, 몸을 돌보지 않고 뛰었을 겁니다. 그런 사람은 이렇게 강제로라도 가둬두지 않으면 쉬지도 않거든요. 로마 군대에 갇혀 있었지만 안에서는 자유로웠습니다. 친구들은 자유롭게 만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그 안에서 영육 간에 휴식을 좀 취하고 재판을 받기 위해서 공짜 배를 타고 로마로 갔습니다. 로마로 간 그 다음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정돈을 해봅시다. 바울은 헌금을 굉장히 많이 거두었습니다. 마지막 전도여행에서 아시아 교회 곳곳마다 헌금에 대해서 강조하고 많은 액수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돈이 아니라 교회를 섬기는 일, 예루살렘 교회와 이방인 교회를 섬기는 일이었으며 이런 일들을 통하여 교회가 하나 되기를 바랐을 뿐입니다. 그렇게 헌금을 많이 함으로써 자신에게 돌아오는 유익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애당초 바울은 돈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습니다. 돈 문제에 깨끗한 사람이었다고 할까요? 아니면 돈에 대해서는 초월한 사람이었다고 할까요? 바울이 위대하게 된 것이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돈 문제로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는 것도 큰 요인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많은 돈을 자신의 권한 안에 두었음에도, 다시 말하면 힘이 있었지만 전혀 자신을 위해서 사용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불행하게도 오늘날 많은 교회가 재정적인 힘을 교회의 능력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우리 교회도 힘있는 교회로 자라길 바랍니다마는 제대로 힘을 가진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교회가 좀 커지면 교회 재정을 맡은 장로님은 끝발이 세어집니다. 어디 가서 그렇게 세어질까요? 가령, 은행은 어떨까요? 혹시라도 거래 은행이 마음에 안 드는데 우리 교회 재정을 전부 저쪽 은행으로 옮겨버린다? 어떨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만 은행에서 교회 재정보시는 분을 몹시 싫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누가 그렇게 나쁜 짓을 많이 했어요? 교회 재정이 일년에 몇 억씩 된다고 하면 재정을 맡은 담당자가 은행에서 어떤 대우를 받을까요? 마음에 안 든다고 다른 은행으로 바꾸겠다 하면 어떻게 하겠어요? 이런 상태에서 자칫 힘이 있다고 엉뚱한 힘을 쓰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합니다.

교회의 재정이 확대되면 은행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영향력이 아주 넓어지고 세어집니다. 교회가 시골의 작은 교회들을 많이 돕는다면, 결코 그래서는 안되지만 조금만 마음 잘못 먹어버리면 큰 교회를 맡아있는 분들이 작은 교회들을 마치 자기 아랫사람처럼 대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절대 그러지 말아야 하지만 그런 현상이 적지 않게 나타나는 것이 현실니다.

바울은 이 거액의 헌금을 가지고 조금도 자신의 유익을 도모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교회도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큼 크게 자라나고 그렇게 되어야지요. 그러나 교회의 영향력, 즉 교회의 힘은 연약한 성도를 섬기고 사회를 섬기는 곳에는 사용할지언정 개인이나 다른 건전하지 못한 방법으로 힘을 발휘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교회가 힘이 생기고 재정이 넉넉해질수록 선한 일에 조심하면서 오직 성도를 섬기는 일에, 교회가 하나되는 일에 전심전력으로 헌신해야 합니다. 괜히 은행에 밉보이지 맙시다. 이웃 사람들에게 원망들을 짓을 하지 맙시다.

선생님들이 제일 싫어하는 학부형은 교회 다니는 학부형입니다. 이런 얘기 드리기가 참 가슴 아프지만 현실입니다. 제발 학부형 자격으로 학교 가시거든 너무 말을 많이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다른 데 가서는 시끄럽더라도 학교 가시거들랑 얌전을 떨고 ‘선생님 훌륭하십니다.’는 말만 하고 돌아오세요. 아는 것도 많고 앞에 나서고 싶더라도 참으시기 바랍니다. 사회에서나 직장에서나 이웃들에게 비난받아서는 복음을 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의로운 일에는 목숨을 걸지만 그렇지 않으면 양보할 것 양보하고 물러설 것 물러서는 자세로 살아야 합니다. 종의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최후의 한 마디를 위해서 모든 것을 참을 수 있어야 합니다. 매사에 정의로운 것도 이웃과 어울리며 사는데 장애가 많습니다. 이웃과 어울리며 사는 법도 배우셔야 합니다.

반면에 벨릭스는 어때요? 명색이 총독 아닙니까? 총독이면 총독답게 크게 놀아야지 그저 돈만 많이 긁어모으려고 했던 사람입니다. 돈을 받아보려고 애궂게 사람을 가둬두었다가 한 푼도 받지 못하고 떠났다는 것이 얼마나 그를 초라하게 만듭니까? 우리와 벨릭스는 아무 상관없지요? 힘이 없을 때는 아무 상관없습니다. 그러나 힘이 좀 생기면 이 힘을 써보려고 하는 유혹을 받게 됩니다.

좀 전에 어느 분이 재정을 맡으면 당회에서 발언권이 세어진다고 하셨는데 그러고 보니까 조금 찜찜한 게 있어요. 재정을 맡으면 당연히 지출해야 될 것도 따져가며 야단친다면 그런 셈이 되나요? 그것도 힘일런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럴수록 선한 일에 더욱 조심하고 겸손하며 성도를 섬겨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런 자세로 교회를 섬겨야 합니다. 재정을 맡았다고 그렇게 힘을 쓴다면 벨릭스나 별반 다를 것 없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우리 교회가 아직은 큰 힘이 없지만 앞으로 크게 힘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었을 때에도 벨릭스 흉내를 내지는 말자는 것입니다. 사람은 조그마한 힘이 있으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많이 있습니다.

교회가 좀 커지면 어딘가 뻐기고 싶고 좀 더 커지면 고개가 뒤로 팍 제껴집니다. 교회가 커갈수록 성도를 섬기는 일과 선한 일에 더욱 조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오늘 제목이 돈이 뭐길래입니다. 돈이 뭔지 모르지만 이걸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서 사도 바울처럼 만인의 칭송을 받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벨릭스처럼 추하게 되기도 합니다. 선생님이 돈에 욕심을 부리면 몇 푼 안되는 것 때문에 사람이 그렇게 추하게 보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돈이라는 것은 우리를 아주 돋보이게 만들 수도 있으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너무나 추하게 만들 수 있는 묘한 마력을 지닌 것입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돈의 종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돈의 주인이 되어 교회와 이웃을 적극적으로 섬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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