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모데에게 할례를 행한 바울

효자제일교회 목사:홍 순관

바울이 더베와 루스드라에도 이르매 거기 디모데라 하는 제자가 있으니 그 모친은 믿는 유대 여자요 부친은 헬라인이라 디모데는 루스드라와 이고니온에 있는 형제들에게 칭찬 받는 자니 바울이 그를 데리고 떠나고자 할새 그 지경에 있는 유대인을 인하여 그를 데려다가 할례를 행하니 이는 그 사람들이 그의 부친은 헬라인인 줄 다 앎이러라 여러 성으로 다녀 갈 때에 예루살렘에 있는 사도와 장로들의 작정한 규례를 저희에게 주어 지키게 하니 이에 여러 교회가 믿음이 더 굳어지고 수가 날마다 더하니라 [개역, 사도행전 16:1~5]

평강공주 얘기 잘 아시죠? 평강공주가 바보온달에게 시집간 게 누구 때문입니까? 어릴 때 공주가 하도 우니까 임금님께서 장난삼아서 그렇게 울면 바보 온달에게 시집가야 된다고 했더랍니다. 시집갈 나이가 되어서 좋은 곳에 시집을 보내려고 하니 이 평강공주가 ‘임금님께서 한번 말씀하신 것을 어떻게 함부로 취소할 수 있습니까? 나는 바보 온달에게 시집갑니다.’ 하는 겁니다.

임금님이 노발대발해서 쫓아내 버렸습니다. 쫓겨나간 공주가 본 적도 없는 바보 온달을 찾아가 결혼을 하고 그 바보를 결국 훌륭한 장군을 만들었다는 얘깁니다. 이 공주가 온달에게 시집간 게 누구 때문입니까? 아버지요? 자기요? 아버지야 농담으로 그랬죠. 어릴 때 뭐 압니까? 무슨 소린들 못합니까? 그런데 어릴 때 들은 그 말이 어린 공주의 마음에 새겨져 있었더라는 겁니다. 아버지 탓이 아니고 이 어린공주 탓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이 한번 생각을 해 버리면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말을 좀 조심해서 해야 됩니다. 혹시 어떤 말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말은 잘 안 박히고 나쁜 말이 박혀서 평생을 가는 수가 있습니다. 몹시 화가 나서 무심코 한 마디를 툭 던졌는데 그게 아이들의 마음에 팍 박혀서 평생 갈 수도 있는 겁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말을 좀 조심해야 됩니다.

한번 굳어진 생각은 변화되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좋은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옛날 우리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무심코 하는 말이 더러 있지 않습니까? 이 빌어먹을 놈! 자식이 빌어먹고 살면 부모는 참 좋겠죠? 화가 몹시 나니까 한 마디 한 것이지만 자칫 아이들의 가슴 속에 박히면 오래 갑니다. 특별히 아이들에게 하는 말은 더 조심해야 합니다.

본문에 보시면 사도 바울이 디모데에게 할례를 행했습니다. 이상하다는 느낌이 좀 들어야 합니다. 사도 바울이 단 한 번도 할례를 받아야 한다거나 할례가 중요하다고 말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복음을 받은 이방인들에게 할례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가르쳤는데 그 일 때문에 예루살렘에서 총회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목숨을 걸고 안된다고 우겼던 바울이 왜 디모데에게 할례를 행했느냐는 문제입니다. 어떻게 본다면 앞뒤가 안 맞는 바울의 이런 행동을 보면서 은혜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어서 할례란 어떤 의미입니까? 처음에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하나님의 자녀가 된 표로 네 집에 있는 모든 남자에게 할례를 행하라고 명령을 하셨습니다. 오랜 세월 후에 모세를 통해 율법을 주실 때에 하나님의 백성은 할례를 받아야 된다고 율법에 명시하였습니다. 그래서 할례가 언약 백성의 표가 된 거죠. 할례를 받는다는 것은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이다’라는 생각과 동일시 된 겁니다. 할례를 받았다는 것은 최고의 자랑거리죠.

반면에 ‘할례없는 자’라는 표현은 최고의 욕입니다. 조그마한 소년 다윗이 거대한 골리앗을 보고 ‘어떻게 감히 할례없는 자식이 하나님을 비난하고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을 욕할 수 있느냐?’ 그래서 뛰어나간 겁니다. 아무리 덩치가 크고 힘이 좋아도 할례받지 않은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말입니다. 그 장면을 보고 요나단이 다윗에게 빠져 버렸습니다. 오래 전에 요나단이 부관만 데리고 대군 블레셋과 싸우러 나갈 때도 했던 말이 바로 그 말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바울이 고린도전서 7장 19절에, ‘할례받는 것도 아무 것도 아니요 할례받지 않는 것도 아무 것도 아니로되 오직 하나님의 계명을 지킬 따름이니라’고 합니다.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지 할례를 받느냐 안 받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결국 할례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유대인들이 듣기에 기가 막히는 말입니다.

갈라디아서 5장 6절에도 비슷한 말이 또 나오는데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는 할례나 무할례가 효력이 없되 사랑으로 역사하는 믿음 뿐이니라’ 믿음으로 구원받는 것이지 할례나 무할례는 아무 소용이 없는 거라고 말합니다. 얼핏보면 이것은 바울의 독단적인 주장인 것처럼 보이지만 바울이 처음 말한 것은 아닙니다.

할례를 받는다는 것은 몸에 흔적을 남기는 것이 아니요 하나님께 마음을 드리는 것이다는 이 말씀이 모세가 율법을 전해줄 그 시절에, 신명기 시절에 이미 나왔습니다. 신명기 10장에도 나오고 ‘그러므로 너희는 마음에 할례를 행하고 다시는 목을 곧게 하지 말라(신명기 10:16)’ 신명기 30장에도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 마음과 네 자손의 마음에 할례를 베푸사 너로 마음을 다하며 성품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게 하사 너로 생명을 얻게 하실 것이며(신명기 30:6)’ 나옵니다. 신명기 말씀에 그 말씀이 들어있다는 것은 아주 오래 전에 이미 진정한 할례가 무엇인가를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유대인들은 할례의 진정한 의미는 접어 두고 그저 몸에 있는 흔적만을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세월이 800년쯤 흐른 후에 예레미야가 이런 말씀을 또 합니다. 예레미야 4장 4절에 보시면, ‘너희는 스스로 할례를 행하여 너희 마음 가죽을 베고 나 여호와께 속하라’ 피부를 베는 것이 할례가 아니고 너희 마음 가죽을 베라고 말합니다. 마음을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 진정한 할례라고 예레미야가 외쳤던 겁니다. 예레미야 후 700년이나 800년쯤 지난 다음에 예수님께서 결정적인 말씀을 하셨습니다.

유대인들의 그릇된 생각을 완전히 고쳐 놓으려고 했던 분이 바로 예수님이셨습니다. 율법에 얽매어 살던 바리새인들과 유대인들에게 ‘그런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정말 하나님을 진심으로 섬기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으로 하나님을 섬기라 그래서 신령과 진정으로 하나님께 예배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신령과 진정으로’ 하는 말은 마음을 하나님께 드리라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엄청난 충돌이 일어나죠.

바리새인들은 안식일에 일을 안 하는 것이 안식일을 지키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일 안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안식일에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뜻을 행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안식일에 의도적으로 병자들을 고치셨고 그것 때문에 바리새인들과 충돌하신 것이죠. 그 일 때문에 바리새인들이 얼마나 충격을 받았던지 예수를 죽여야겠다고 마음을 먹기 시작한 겁니다.

‘입에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마태복음 15:11)’ 유대인들이 먹는 것, 못 먹는 것 얼마나 가렸습니까? 지금도 미국 슈퍼에 가면 유대인의 조리법에 따라서 만든 음식을 표기해 두었습니다. 그 표시가 된 것은 유대인들이 안심하고 사다 먹는답니다. 지금도 유대인들이 그걸 지키고 있는데 예수님께서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유대인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던 율법을 어떻게 보면 정면으로 깨부수는 발언입니다. 너희들이 지키는 안식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너희들이 음식을 정한 것이냐 부정한 것이냐 결례냐 할례냐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진정으로 마음을 다 해서 하나님을 섬겨야 한다. 이런 선언이었는데 당시 유대인들과 바리새인들에게 얼마나 큰 충격을 줬으면 이 일로 예수님을 죽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겠습니까?

여기서 목사가 무슨 소리를 하면 저 목사 죽여야겠다고 생각을 하시겠습니까? 연습을 한번 해 볼까요? 여러분, 여기서 우리가 이러지 말고 교회 옮깁시다. 이러면 어떻게 돼요? 그만한 일로 제가 죽어야 할 정도는 아니죠? 여러분, 교회 건물 장소 옮깁시다. 이렇게만 해 놔도 벌집 쑤셔 놓은 듯이 시끄러워질 여지가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것은 복음의 본질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잖아요? 옛날 과거로 돌아가 보십시다.

옛날에는 교회 가운데 막을 쳐 놓고 남반 여반 분리해서 앉았는데 어떤 용감한 목사님께서 가운데 커튼을 치워버렸답니다. 그 일로 면직을 당했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섞여 앉기도 하고 같이 앉기도 하고 아무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가운데 쳐 놓은 커튼 치우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었겠습니까? 그러나 그 시절에는 어마어마하게 충격적인 일이었단 말입니다. 그러나 그게 복음의 본질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거잖아요?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은 그런 형식적인 문제가 아니고 복음의 본질이 뒤바뀌는 얘깁니다. 그러니까 얼마나 충격이냐 말입니다.

한국교회도 옛날 얘기 들어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교회 안에 기타들고 왔다가 난리가 났지요? 요새 기타가 뭡니까? 드럼까지 와 있는데요. 저거 보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여기가 무슨 카바레가?’ 합니다. 교회 안에 무슨 섹소폰이냐는 겁니다. 이런 것도 난리를 치다가 이렇게 변화되어 온 겁니다. 예배의 본질적인 요소가 아닌 것도 그렇게 어려운데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은 정말 충격적인 겁니다.

바리새인들과 유대인들이 하나님을 섬기는 방식을 예수님께서 완전히 바꾸어 버린 겁니다. 이걸 사도 바울이 정돈을 하기는, 제가 보기에는 정말 멋지게 정돈을 했다 싶은데요, ‘행함이 아니라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겁니다. 예배를 어떻게 드리고 할례를 행하고 뭘 덮어써야 되고... 이게 아니고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할례냐 무할례냐는 것은 구원과 관계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방인들이 예수를 믿으면 되지 굳이 할례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가르쳤던 것입니다.

사도행전 15장 1절과 2절을 보시면, ‘어떤 사람들이 유대로부터 내려와서 형제들을 가르치되 너희가 모세의 법대로 할례를 받지 아니하면 능히 구원을 얻지 못하리라 하니 바울과 바나바와 저희 사이에 적지 않은 다툼과 변론이 일어난지라 형제들이 이 문제에 대하여 바울과 바나바와 및 그 중에 있는 몇 사람을 예루살렘에 있는 사도들과 장로들에게 보내기로 작정하니라’ 바나바와 바울이 그렇게 가르쳐 놓았는데 유대, 말하자면 본부에서 내려와서 할례를 받아야만 구원을 받는다고 가르치니 논란이 일어날 것이 뻔하지요.

우리 생각 같으면 사람들이 다 바울의 말을 믿고 그대로 따라갔어야 옳지 않을까요? 그런데 결론이 안난 겁니다. 답이 안 나오니 권위있는 사도들과 장로들에게 가서 답을 얻어 오라고 보낸 겁니다. 그만큼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모든 사도들과 장로들이 예루살렘에 모여서 의논을 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도 답이 잘 안 나왔습니다.

15장 7절 보세요. ‘많은 변론이 있은 후에 베드로가 일어나 말하되 형제들아 너희도 알거니와 하나님께서 이방인들로 내 입에서 복음의 말씀을 들어 믿게 하시려고 오래 전부터 너희 가운데서 나를 택하시고 또 마음을 아시는 하나님이 우리에게와 같이 저희에게도 성령을 주어 증거하시고 믿음으로 저희 마음을 깨끗케 하사 저희나 우리나 분간치 아니하셨느니라’ 하나님께서 믿음으로 저희들에게 구원을 주셨는데 저희나 우리나 분간치 아니하셨다. 할례를 받지 아니하여도 믿음으로 저희들에게 복음을 주셨다. 이걸 베드로가 주욱 설명합니다. 그러나 베드로의 이야기도 찬조 발언밖에 안됐습니다.

베드로 사도가 나와서 이 말씀을 하면 모두가 아멘 할 것 같은데 그래도 결론이 안 나는 겁니다. 세상에! 베드로까지 나서서 찬조발언을 하는데도 결론이 안 났다가 결국 예루살렘 교회의 감독으로 있던 야고보가 결론을 냅니다. 15장 19절에, ‘그러므로 내 의견에는’ 야고보의 말입니다. ‘이방인들 중에서 하나님께 돌아오는 자들을 괴롭게 말고’ 할례를 행하라고 요구하지 말고라는 뜻입니다. ‘다만 우상의 더러운 것과 음행과 목매어 죽은 것과 피를 멀리 하라고 편지하는 것이 가하니’ 그러니까 바울의 주장이 맞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사도들이 총출동해서 찬조발언을 해서 간신히 결론이 맺어진 겁니다. 말하자면 바울의 승리인 셈이죠. 반대파의 집요한 공세를 뿌리치고 바울이 승리한 셈입니다. 회의 석상에서 자기 주장을 내세워서 수 많은 사람이 반대하고 들고 일어나는데도 그것을 통과시킨다면 본인도 뿌듯하겠지만 그 일에 대해서 얼마나 큰 자부심을 가지게 되겠습니까? 15장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데 얼마 후 2차 전도여행을 시작하면서 디모데에게 할례를 줘 버린 겁니다. 할례를 받게 한 겁니다.

16장 3절에 왜 할례를 받게 했는가 보세요. ‘바울이 그를 데리고 떠나고자 할새 그 지경에 있는 유대인을 인하여 그를 데려다가 할례를 행하니 이는 그 사람들이 그의 부친이 헬라인인줄 다 앎이러라’고 합니다. 그 지경에 있는 유대인을 인하여라고 말합니다. 거기에 있는 유대인들 때문에 디모데에게 할례를 줬다는 겁니다. 바울이 언제 유대인들을 두려워해서 자기 소신을 바꾼 적이 있습니까? 돌에 맞아 죽어가면서도 소신을 굽힌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지경에 있는 유대인들 때문에? 방금 예루살렘 총회에까지 올라가서 그 난리를 치르고 할례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을 내려놓고 여기 와서 그 유대인들을 인하여서 할례를 시켰다는 것은 도대체 이게 무슨 얘기입니까?

본문을 조금 더 살펴보고 설명을 계속 하도록 하겠습니다. 16장에 나오는 이 장면은 바울의 2차 전도여행을 시작하는 장면입니다. 더베와 루스드라에 갔다가 거기서 디모데라는 제자를 만났습니다. 이미 훌륭한 제자가 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디모데를 보고 ‘그의 부친은 헬라인인줄 앎이러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디모데를 보고 헬라인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부친이 헬라인이라는 것을 다 안다는 것은 디모데가 유대인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바울은 디모데가 유대인으로 인정받도록 하고 싶은 겁니다.

디모데에게 할례를 행할 이유가 없는데도 할례를 받음으로 함께 전도를 하러 다닐 때 디모데가 ‘나도 할례를 받은 유대인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유대인에게 복음을 전할 때 유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유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데 조금이라도 유리하도록 할례를 행한 겁니다. 믿는 사람들 중에는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지 믿음으로 밀어붙이는 사람들이 제법 있습니다.

본인이 용감한 것은 좋은데 그로 인해서 주변에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피해를 입히며 교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훌륭한 신앙인도 더러 있습니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바울은 활용할 수 있다면 최대한 활용하고 양보해서 득이 될 수 있겠다 싶으면 최대한 양보해 버립니다. 바울은 소신이 왔다갔다한 사람이 아닙니다. 정말 소신대로 산 사람입니다.

수 많은 유대인들과 논쟁을 했고 당대 최고였던 베드로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도 아주 격렬하게 책망을 하기도 했던 그가, 예루살렘 총회에서 격렬하게 토론을 일으켜 가면서까지도 결국은 할례를 행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이끌어 냈던 그가, 여기서 갑자기 디모데에게 할례를 행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소신없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이건 대단한 소신입니다.

복음을 위해서라면, 복음을 전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이 정도는 얼마든지 양보할 수 있다는 겁니다. 복음을 전하려는 생각 때문에 오해받을 각오를 하고서라도 반대로 행동할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정말 중요한 것을 잃지 않기 위해서 좀 덜 중요한 것은 얼마든지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정말 복음을 위해서라면 믿지 않는 동료들에게 마치 종처럼 살 수 있어야 합니다. 모자라는 사람처럼 속에 있는 것까지 다 내어줄 수 있는 것이 정말 복음을 위해서 사는 그리스도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칼이 들어와도 양보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 있음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저 놈 속도 없는 놈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것, 목숨을 걸고라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있기 때문에 좀 자잘한 것은 가져가려면 얼마든지 가져가라, 이렇게 양보할 수 있는 신앙인이 되어야 합니다. 디모데에게 할례를 행했던 바울이 할례가 구원을 얻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결사적으로 행하지 않았습니다.

바울의 생각에 구원의 문제라면 할례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구원을 얻기 위해서는 할례를 행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복음을 전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할례를 행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당시로서는 이게 엄청난 오해를 받을 수도 있고 엄청난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예배당 가운데 커튼을 치느냐 안 치느냐는 것은 할례 문제와 비교한다면 문제도 아닙니다.

커튼 걷어버리자고 하다가 면직까지 받은 사람이 어느 날 커튼치자고 한다면 어떨까요? “이 마을에 정말 완고한 노인이 있는데 그 분이 교회를 나오겠다는데 남자 여자가 한 방에 앉아 있는 것을 도저히 못 봐주겠다는 겁니다. 그 분을 위해서 이거 다시 칩시다.” 이러면 소신이 있는 겁니까? 없는 겁니까? 관심이 커튼에 있는 게 아니고 이 일로 인해서 한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느냐 마느냐에 있다면 그럴 수 있는 겁니다.

옛날에 파마하느냐 마느냐 하고 참 시끄러웠답니다. 대부분의 목사님들은 파마하고 오면 난리가 났답니다. 어떤 사모님은 목사님에게 얘기도 안 하고 파마했다가 쫓겨났다고 그러대요. 그게 뭔데 그 난리를 처댑니까? 절대 안된다고 노발대발하던 어느 목사님께서 파마한 불신자가 교회에 오는 것을 보고 “파마하면 어때?” 하면 소신이 없는 겁니까? “내 소신으로는 절대 안되는 거지만 저 생명을 구하려면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을 바꿀 수 있다면 훌륭하지요. 쉽지 않을 겁니다. 바울이 행한 행동은 이것보다 훨씬 더 힘들고 어려운 행동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복음을 위해서라면 얼마나 양보할 수 있으며 어느 정도까지 허물어 질 수 있습니까? 어느 분이 “수고하십니다, 커피 한잔 하시죠.” 하고 들고 왔습니다. 참 고약한 얘기지만 “난 초이스 아니면 안 먹어요.” 이랬거든요. 초이스면 어떻고 맥심이면 어때요? 평소에는 초이스 외에는 아무 것도 안 마시지만 옆의 성도가 수고한다고 들고 와서 “한 잔 하시죠.” 이러는데 거기다 대고 “난 초이스 아니면 안 먹어요.” 이러는 것은 안됩니다. 내 소신이고 내 입맛이지만 그래도 옆의 성도가 생각해서 들고왔다면 소신 좀 접을 수 있고 입맛 좀 바꿀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우리가 양보 못하고 형제와 혹은 불신자들에게 좋은 모습 못 보이는 게 뭐 대단한 것 가지고 그러는 것 아닙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별 것도 아닌 걸 양보 못하고 내 생각을 바꾸지 못하는 겁니다. 우리가 그럴 수 있는 근거가 무엇입니까? 바울은 자신을 복음에 빚진 자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사랑에 빚진 자입니다. 하나님께 엄청난 사랑을 받은 내가 이 정도 양보하지 못하고 이 정도 생각 못 고치겠느냐는 말입니다.

하나님께 사랑받은 것이 없다고 생각하시면 그렇게 모질게 못되게 말하며 사십시오.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 위해서 독생자를 이 땅에 보내셨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사랑을 우리에게 베푸셨다는 것을 믿으신다면 때로는 여러분의 생각을 넓히고 입맛도 바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것도 영원히 그러라는 것 아니잖아요. 잠깐은 그럴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반찬이 좀 짜면 어떻고 좀 싱거우면 어떻습니까? 좀 짜더라도 ‘아 괜찮네’라고 하면 안되나요? 아니 좀 짜면 물 좀 더 먹으면 안되나요? 본래 싱겁든 짜든 말도 안 하고 잘 먹는 그런 분들에게 얘기하는 것 아닙니다. 평소에 그러지 않는데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그렇게 마음을 넓힐 수 있다면 복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교회를 위해서라면 옆에 있는 성도가 성질이 조금 고약해서 나로 하여금 피곤하게 만들고 옆에 앉아 보니 냄새도 콤콤하게 나고 시끄럽고 그렇더라도 교회를 위해서 좀 참고 용납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안 믿는 우리 이웃들이 우리의 속을 얼마나 긁어 놓는지 모릅니다. 복음을 위해서라면 배알이 뒤틀리고 자존심 좀 상하면 안됩니까? 그럴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이런 사랑을 베푸셨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하나님을 위해서 우리가 뭘 못 버리겠습니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버리고 생각 바꾸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에 그렇게 큰 문제도 아니잖아요!

말씀을 맺겠습니다. 평강공주는 장난삼아 한 아버지의 그 말을 새겨듣고 평생에 생각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나름대로 심지가 참 곧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공주의 자리에서 쫓겨나 버렸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새겨 듣고 이걸 지키기 위해서 얼마나 큰 것을 버릴 수 있습니까? 겨우 서너 푼도 안되는 자존심 때문에, 아니면 체면 때문에 고함지르고 싸우지 않습니까? 교회 안에서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싸우려고 하니까 속 시끄러우니까 안 보면 되는 겁니까?

하나님의 말씀을 새겨 들으면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싸움하는 것을 지켜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풍선이 여러 개 있는데 하나를 가지고 두 명이 싸웁니다. 더 좋은 것 갖다 주고 “이거 해라. 그것 줘 버려라.” 해도 안됩니다. 무조건 내 거라는 거예요. 더 좋은 것 갖다 줘도 안된다는 거예요. 그러다가 결국은 어떻게 됩니까? 성질나면 두 개 다 터뜨려 버리고 두 명 다 울고불고 난리가 납니다. 왜 그러냐 말입니다. 더 좋은 것 갖다 줘도 붙어서 계속해서 싸웁니다. 그게 애라는 얘기죠. 그런데 애들만 그렇습니까?

어른들도 똑같을 때가 더러 보이더라구요. 어른들도 그렇게 양보를 잘 안 합니다. 쓸데없이 고집을 얼마나 많이 세우는지 모릅니다. 체면 때문에 그렇고 쓸데 없는 권위 때문에도 그렇게 양보를 잘 안 합니다. 한 번 반대하면 자기 생각이 틀린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계속해서 반대하는 겁니다. 교회의 화평을 위해서 좀 양보해 버릴 수 있다고 생각을 하면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는 문제인데도 원칙을 내세운 고집이 적지 않게 있는 것 같습니다.

부부가 싸울 때 세계평화를 위해서 싸우는 것은 아니잖아요? 왜 싸웁니까?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 싸웁니까? 따지고 보면 조그마한 것을 가지고 토닥거리다가 심각하게 일이 벌어지기도 하는 겁니다. 조금 생각을 바꾸는 것조차 쉽지가 않더라는 말씀입니다. 사도 바울의 이 모범을 좀 기억하고 따라갑시다. 목숨을 걸고 싸우면서 전국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이 할례 문제를 복음을 전하는데 유익하다면 기꺼이 물러서 버렸습니다.

절대 안된다고 버텼던 것을 복음을 위해서라면 할 수 있다고 하는 이 유연함을 우리 모든 성도들이 본받읍시다. 바울의 이 여유로움을 꼭 기억하십시다. 바울은 단 한 번도 할례를 행해야 된다고 말한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런 뚱딴지같은 행동을 한 것은 복음을 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복음을 위해서라면 양보하고 물러설 줄 아는 여러분들이 다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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