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바보아냐? 살아가다 보면 하루에도 골백번(?) 수많은 낯설고 물설고 생경한, 그래서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숱한 '난 무식한 놈'이란 절망의 경험을 하게 되는데... 도대체가 모르는 것들 천지라서 말야. 진짜로 정직한 사람이라면 어디에서고 입을 뗄 수가 없거든.
듣고 보고 접하는 모든 것들 중에서 과연 내가 자신있게 <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게 몇 개나 될까? 솔직히 말하면 거의 없더라구. 정말로 자신있게 '나, 그거 알아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게 없어. 그러면서도 누군가에게는 '잘난 척, 아는 척'할 수 있다는 게, 경우에 따라서는 가르치는 입장에 서게 된다는 게 우습기도 하고... 이런 걸 두고 '세상은 요지경'이라 하는 거겠지.
적당한 망각과 두루뭉수리한 구렁이 담 넘기와 그냥저냥 관심끊고 살기!
세세한 것들 모두에 일일이 신경쓰고 살다가는 신경쇠약으로 스스로 말라죽지 싶어. 내게 심각하게 와닿는 것이 아니라면 그냥 적당한 선에서 넘어가 버리는 거지. 속 편하게 살기 위해서. 내겐 별 것도 아닌 뭔가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심각한 것이 돼서 그 심각한 걸 위해 남들이 보면 미친짓으로 보이는 애착을 떨고 또 반대로 남들은 하찮게 여기는 어떤 걸 자신은 심각하게 여겨서 그걸 위해 남 안 하는 고생을 하기도 하고 그러지. 각자에게 주어진 달란트의 차이라고나 할까?
자기가 아는 분야의 쥐꼬리만한 지식에 대해서 모르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 그걸 모르는 상대를 아주 바보천치로 뭉개려 드는 자칭 '똑똑이'들이 있는데, 조금만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의 똑똑함은 <가짜>라는 걸 알 수 있지.
자칭타칭으로 '전문가'란 소리를 듣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울 때가 많아. 아는 게 많아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런데 말야, 그런 사람이 '전문가' 소리 듣는 건 다 나름의 분야가 있거든. 그 분야에 한정해서만, 그 분야에 관계된 것에만 전문가란 소리라구. 뒤집으면 그 분야가 아닌 다른 것에는 문외한이란 소리거든. 똑똑함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전문가도 되고 문외한도 되는 거라구. 어제의 천재가 오늘은 백치가 되는 거지.
남보다 아는 게 많아 전문가가 된다는 건 좋은 일이지. 자신의 똑똑함, 잘남을 남들이 알아 준다는 건 물어보나마나 기분 좋은 일이고. 그렇다고 착각하면 안 되는 거라구. 그런 소리 듣는다는 게 '난, 굉장한 놈'의 절대 기준은 아니니까. 무수히 많은 똑똑함, 잘남의 기준 중에서 하나의 기준에 '합격'판정 받은 것 뿐이니까. 비교의 기준이 달라지면 결과의 판정도 바뀐다구.
적당한 예를 하나 들어볼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부러워 마지 않는 두 박 씨 얘기. 떼 돈 벌어 출세했고 유명세도 톡톡히 치뤄서 자식 가진 모든 부모들에게 운동선수로 자식 키워 호강하겠다는 '나도 한번'의 욕심을 품게 한 장본인들인데, 부럽긴 부럽지. 그런데 말야, 걔들을 평가하는 기준을 바꿔보면 전혀 다른 평가가 나온다구. 하루 온종일 공이나 던지는 게 일이고 그깟 공하나 남들보다 좀 빠르게 던진다고 해서 그게 뭐겠으며, 쇠막대기 들고 다니면서 구멍에다 공을 집어 넣는 걸 좀 잘한다고 해서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그 난리들인지. 별 시답잖은 일 가지고 저래 난리라고, 그깟 일에 온 나라가 들썩거린다고 웃어 넘길 수도 있는 일이잖아. 돈은 좀 벌어들이는지 모르지만 말야. 기껏 할 줄 아는 거라곤 공 던지기, 구멍에 공 넣기밖에 할 줄 모르는 것들이라고, 머리에 글 한 줄 든 거 없는 밥통들이라고 할 수도 있잖아. 듣는 두 박 씨 애들에겐 미안한 소리지만...
음... 말을 하다보니 얘기의 방향이 어째 엉뚱한 곳으로 가는 거 같다. 싹, 지우고 새로 시작하자니 들인 시간이 아깝고... 쩝!
이게 뭐에요? 라는 질문... 참 좋은 거야.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남들은 신경쓰지 않는 어떤 뭔가가 내게는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는 소리고 그만큼 그 어떤 뭔가에 관심을 가졌다는 거니까. 섬세하고 예민한 감성을 지녔다는 소리지. 똑같이 듣고 보고 했는데 자신에게만 궁금증을 갖게 했다는 건 어쨌거나 좋은 거라구. 그런데, 예외가 있지. 남들은 다 아는, 그러니까, 거, 뭐시냐... 너무나 뻔한 거라 남들은 다들 알고 넘어가는데 나만 무식하게 몰라서 질문을 하는 경우!
그렇지만, 무식은 절대 죄가 아니라구... 모른다는 사실을 숨기고 감춘 채 넘어가거나 모르면서도 아는 척 헛소리하면서 엉뚱한 소리로 사기 치는 그게 죄지. 따지고 보면 모른다는 사실 자체를 안다는 건 그나마 똑똑한 거라구. 적어도 모른다는 사실 자체는 알잖아. 자기가 뭘 모르는지도 모르는 그런 모르쇠들도 많거든. 유식한 말로 하자면, '무지의 자각' 바로 거기에서부터 앎이 시작되는 거라구. 자기가 도대체 뭘 모르는지를 알아야 모르는 그걸 알려고 질문도 하고 공부도 하고 그러는 거잖아. 뭘 모르는지도 모르면 알 생각도 못한다구. 그러니까, 모르는 게 많은 사람일수록 아는 게 많아질 가능성도 크지. 많이 모를수록 많이 알게 되는 법!
질문의 대상에 대해서 쉽게 답을 얻을려고 하지 말고 찬찬히, 시간을 들여서 스스로 답을 찾아보는 노력을 해봐. 그러다 보면, 대개의 경우 어렵지 않게 답을 찾게 된다구. 요즘처럼 지식과 정보가 흔하게 주변에 널린 세상에서 찾지 못할 답은 거의 없잖아. 다, 노력부족, 성의부족이라구.
가령, 니 질문 중에서... "기묘자, 모사라 전능의 왕~" 이런 찬양 있잖아요 이 가사 뜻이 뭐에요? 여기에서도 알파와 오메가란 말이 있는데... 아직 무슨 뜻인지도 몰라서요
참나, 이걸 질문이라고 시방 여기다가 올린 거냐? 여기가 무슨 초등학교 국어공부 시간이냐? 이 질문들 밑의 다른 몇 개의 것들도 비슷비슷한, 그러니까 뭐시냐, 초보적인 단어풀이, 문장해석의 범위에 드는 것들인데 이런 것들은 사전을 찾아보던가 조금만 곰곰 가사의 앞뒤 문맥을 더듬어 본다든가 하면 이해가 되는 것들이라구. 설마, 진짜로 몰라서 질문한 건 아니겠지? 너, 바보냐?
기묘, 모사... 이건 흔하게 듣고 보고 하잖아. 한자라 정확한 뜻은 어렵다고 할 수 있지만 말야. 무협지 읽어봤지? 무협지에 보면 많이 나온다. '기기묘묘한 건곤대나이 권법으로 달겨드는 수많은 적들을 한방에 물리친 초절정의 무림고수 장무기 교주...', '권모술수, 지략, 책략에 능한, 일종의 모사꾼이랄 수 있는 거지 왕초 홍방주의 기기묘묘한 타구권법...' 무협지 읽다보면 이런 문장들 숱하게 접하게 되는데... 무협지 등속에 나올 때는 알겠는데 노랫말 속에 나오면 모른다? 말이 안 되잖아?
알파와 오메가도 마찬가지다. 이게 그리스 문자의 처음과 끝 글자의 이름인 것까지는 몰라도 이 구절이 의미하는 비유적인 표현은 사람들이 자주 쓰곤 하잖아. 시계 이름에도 나온다. 오메가 시계라고... 오메가 글자는 시계 문자판에도 단골로 등장하거든. 대문자는 요강 엎어 놓은 것처럼 생겼고...Ω 소문자는 엄마 찌찌(?)처럼 생겼다...ω
뭐든지 쉽게 얻은 건 쉽게 나간다구. 돈도 그렇고 지식도 그렇고 사랑에 있어서 애인도 그렇고. 쉽게 사귄 사람과는 쉽게 헤어지더라... ^^
궁금해서 질문하는 거 좋아. 하지만 그게 정말로 내게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라면 그 심각한 만큼의 심각한 해결의 탐색과정이 따라야 하는 거 아닐까? 요즘은 너나없이 모두가 쉽게쉽게 살려고들 하는 거 같아서 말야.
본의 아니게 별 것도 아닌 일에 말이 많았다. 쓰잘 데라고는 벼룩 마빡 만큼도 없는 글 읽느라 수고했다. But... 이런 쓰잘 데 없는 글 쓰게 만든 니 쓰잘 데 없는 질문에 문제의 원인이 있음을 망각하지는 말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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